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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다해/독서감상문

[책] 철학자와 하녀

by 공부하는다해 2022. 4. 2.

 

책 제목 : 철학자와 하녀-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저자 : 고병권
출판사 : 메디치미디어


 

나에게 철학은 보면 잠이 오는 주제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 이북 서재에 관련 책이 서너 권 이상 모셔져 있다. 철학자와 하녀는 그 책 중 하나였다. 9월에 리셀 계약 만료라 읽게 되었다.

계약 만료가 되는 책들은 조금 지나면 다시 들어오지만 뭔가 아까워서 그 전에 읽게 되더라. 끝까지 읽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재미없거나 지루하면 다른 책을 골라 읽는 게 낫잖아. 이런 생각 덕분에 앞부분만 읽은 책들이 가득한데, 이번 책은 완독에 성공했다.

철학은 다르게 느끼는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며 결국 다르게 사는 것이다.

프롤로그 : 철학자와 하녀 그리고 별에 관한 이야기

작가는 다르게를 강조했으나 본문에 풀어낸 내용에 대부분 공감했다. 다르게 생각할 만한 게 그렇게 많지 않더라.

2~3년간 매달 한 편씩 게재 글을 엮어낸 글이라 그런지 한 편당의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다. 그러나 한 번에 몰아 읽기에는 별로였다. 아마 달의 간격을 두고 글을 접했다면 더 감명 깊게 와 닿았을 것 같다.

편당 글의 흐름이 비슷하니 좀 반복되는 느낌이 지치게 만든 달까. 챕터의 내용은 정말 좋았다. 그래서 독서 기간을 일주일 잡고 하루에 1장을 읽고 필사하며 꼭꼭 씹어 읽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5장 우리는 자본주의 수용소에 살고 있다'의 '수익 모델로서의 인간 수용소'이다.

난 형사물 미드를 좋아한다. 덕분에 드라마 속에 나오는 수형자들을(배우겠지만) 자주 접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챕터가 기억에 더 남았다.

군산복합체, 군수 산업체는 들어 본 말인데, 감산복합체는 처음 들어봤다. 감옥과 산업의 복합체 사업이라던데, 미국이 형을 많이 때리는 이유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수형자는 노동력이니까 수가 많을수록 돈이 되니 중형을 막 선고한다. 그리고 수형된 수감자는 곧 노동력이 된다.

판사가 소년 교도소 쪽에서 돈 받고 형을 많이 때리다 걸려 유죄선고를 받은 케이스까지 있다고 했다. 이유는 '아이들이 없는 빈 감옥은 모두 비용인 데 반해, 수감되는 아이들 하나하나는 모두 수익이기 때문이다.' 란다. 사탄이 한숨 쉬고 지옥으로 돌아가겠다. 같은 인간이 그것도 어린애한테 할 짓이냐.

글쓴이는 인간의 부자유에서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수익 모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음. 이게 참 뭐라고 말해야 하나.

지금까지 난 그럴 수 있다고 봤다. 세금으로 먹고사는데 안에서 일이라도 해야지. 죄 없는 사람을 가두는 것은 당연히 문제이지만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 맞잖아.

한데 이번에는 좀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피해자나 유족에게 상실의 아픔을 준 극악무도한 가해자가 자본주의 위에 앉은 누군가에게는 그냥 노동력이고 돈을 벌어오는 부품이 된다. 이걸 깨닫게 되니까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피해자는 밖에서 아파하고 있는데 수형자는 일하고, 노동의 대가를 수형 소가 취득해서 그런 걸까.

속이 좀 답답해서 조금 더 파고들어 봤다. 그러니 뭔가 이상한 감옥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 같고, 범죄자들의 처벌도 뭔가 바뀌어야 할 것 같고, 그럼 인권을 너무 헤치는 것 같고, 타인의 인권을 무시한 가해자의 인권을 굳이 챙겨야 하는 건지 등등... 머리가 아파서 생각을 잠시 멈췄다.

이것 봐라. 이 챕터 하나만으로도 생각할 여지가 이렇게 많잖아. 그러니 내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을 수밖에. 사실 일주일 걸려 읽기에도 모자란 것 같다.

 


읽다 보니 모르는 단어도 있고, 대충 아는 단어는 정확한 뜻이 궁금해 찾아봤다.

단어 공부

광배 (光빛 광 / 背 등 배, 배반할 배)

회화나 조각에서, 그리스도 상이나 불상의 신성함, 초인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뒤에 빛을 나타낸 장식.

사라(紗 깁 사, 미미할 묘, 비단 사 / 羅 그물 라, 돌 라, 벌일 라, 그물 나)

누에고치에서 뽑은 명주실로 바탕을 조금 거칠게 짠 비단.

에움길

반듯하지 않고 굽어 있는 길.

사유(思 생각할 사, 생각 사, 수염많을 새 / 維 생각할 유)

생각하고 궁리함. 개념, 구성, 판단 등을 하는 인간의 지적 작용.

선험적 (先 먼저 선, 앞설 선 / 驗증험할 험, 시험 험/ 的과녁 적)

경험하기 이전에 인간이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어, 대상을 인식하는 근거가 되는 것.

소급 (遡 거스를 소 / 及미칠 급)

어떤 영향이나 효력을 지난날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미치게 함

명징 (明 밝을 명 / 徵 부를 징, 음률 이름 치)

1. 분명한 증거

2. 사실이나 증거에 의거하여 분명하게 함

명징 (明 밝을 명 / 澄 맑을 징, 나뉠 등)

깨끗하고 맑다

본문은 위쪽의 분명한 증거라는 뜻이었다. 아래 '깨끗하고 맑다'는 뜻은 마음에 들어서 메모했다.


그들은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지 않게 되면 이제 더는 생각하지도 않게 됩니다.

철학자와 하녀 <저항하는 존재는 말소되지 않는다>

소수자를 대하는 다수의 태도를 말한 것이다. 너무 짧게 줄였는데 이 말을 한 사람의 이야기는 책에 나와있기에 생략한다.

소수자, 다수자라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삶의 대부분에 적용되는 모습이니까. 그림을 그릴때도 마찬가지다. 보지 않거나, 시야가 좁으면 전체를 보지 못해 그림의 균형이 맞지 않고 이상해진다. 나아지기 위해 계속 살피고 전체를 보는 연습을 해야한다.

나중에 필사한 부분을 되짚어 읽으며 차분히 고찰해봐야겠다. 잠시 멈춘 생각이 영원히 제자리에 있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면 지금 이 글을 쓰며 느낀 생각과 다르게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지 않을까.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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