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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다해/독서감상문

[책] 승려와 철학자, [책]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by 공부하는다해 2023. 1. 19.

본 독후감은 '승려와 철학자'인데 이 책에 대한 감상문을 쓰려면 먼저 다른 책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저자가 읽은 책과 작가에 대한 에세이를 담은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라는 책이다.

제목 :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 저자 : 허연 / 출판사 : 생각정거장

'철학자와 하녀'처럼 신문에 연재했던 글이라 한 챕터의 분량이 짧았다. 그렇지만 저자의 견해와 인용, 책을 쓴 작가의 이야기, 출판될 당시의 상황이 함께 서술되어 흥미롭고 깊었다. 조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는 마치 주인이 엄선해서 고른 책들만 파는 서점 같은 책 같았다. 덕분에 마음의 장바구니를 기분 좋게 채울 수 있었다.

 

저자의 견해와 인용, 그 책을 쓴 작가의 이야기, 출판될 당시의 상황이 함께 서술되어 흥미롭고 깊었다. 조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진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 '승려와 철학자'라는 책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사적 관계를 넘어 서양과 동양, 무신론과 유신론, 과학과 종료, 삶과 죽음이라는 대립된 화두를 붙잡고 열흘 동안 계속된다. 그들의 대화가 담긴 책이 <승려와 철학자>다.

아버지가 묻는다.
"구도자와 과학자의 삶을 함께 영위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
리카르의 답은 명확하고 심오했다.
"생물학은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 연구원들은 넘칩니다. 저는 제 삶의 잠재력이 잘 사용되지 못한 채 부서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제가 있고 있는 곳에 있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 철학자 아버지와 티베트 승려 아들의 대화

 

저명한 철학자와 생물학자 출신의 승려가 벌이는 토론이라니 정말 재밌을 것 같았다.

게다가 둘은 부자 지간이다!!

 

그래서 구매를 위해 찾아봤는데 절판되어 중고밖에 없더라. 정가 1만 2천 원인데 9만 원까지 가격이 올라간 것을 보고 놀랐다. 미친 거 아냐!!

어떻게 뒤져서 중고로 정가 절반 가격인 6천 원으로 샀는데 참 다행이다.

 

제목 : 승려와 철학자

저자 : 장 프랑수아 르벨, 마티유 리카르

출판사 : 창작시대


바로 책을 구매할 정도로 나의 흥미를 끌었지만, 단숨에 읽기에는 내게 어려운 책이었다. 그래서 하루 최소 10p 정도 읽는 것을 목표로 잡고 독서를 시작했다.

 

책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제목처럼 승려와 철학자이다. 난 처음에 등장인물들이 허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 직업이 분자생물학 계통의 과학자였던 승려 아들과 비종교와 무신론의 입장을 취하는 철학자 아버지는 진짜 실존 인물이었다.

 

알고 나니 뭔가 더 재밌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할 정도로 어려웠다. 생소한 단어들도 종종 튀어나와서 사전을 검색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도 대담은 흥미진진했고 읽으면서 마음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의 지적 수준이 더 깊고 넓었다면 더 재밌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에서 아버지는 서양 철학의 시각으로 질문을 던지고 아들의 설명에 반박하거나 때로는 동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말이야. 이 철학자가 동양의 철학이나 동양 문화 수준을 무척 낮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내가 동양인이라 그렇게 느껴질 수 있고, 이 철학자가 어떤 입장에서 말하는지 이해는 가는데, 꼭 서양 문명 최고!라고 하는 것 같잖아. 읽으며 묘한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 덕분에 승려의 반박을 읽는데 속이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얕은 지식에는 '부처님은 비유를 통한 가르침을 많이 하셨다'라는 것이 있다. 듣는 이들이 깨달음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승려 마티유가 다양한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무척 쏙쏙 눈에 들어왔다. 본문 내용을 하나 가져와 봐야지.

 

마티유는 자아에 실체가 없으며, 그 실체가 없는 의식의 흐름에- 그러니까 생각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함을 말했다. 그러면서 자아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는 접근법 하나를 알려주었다.

 

마티유 : 첫 번째 접근은 혼란스러운 감정에 해독제를 투여하는 것입니다. 분노에 대해서는 인내를 발휘하고, 욕망에 대해서는 집착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며, 분별력이 부족할 때는 인과 관계의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력을 키웁니다. 자신의 감정, 예컨대 증오를 마음껏 터뜨리면 증오만이 생겨날 뿐입니다.

두 번째 접근 방법은 생각의 본성을 파악하여 그 원천 자체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눈에 매우 견고하고 강력해 보이는 증오의 감정을 예로 들자면, 그것은 가슴에 응어리 같은 것을 만들고 행동을 엉망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증오라는 감정을 깊이 주시하면, 그것이 우리에게 무기를 들이댈 수도 없고, 바위처럼 우리를 깔아뭉갤 수도 없으며, 불처럼 우리를 태울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모든 것은 비구름처럼 점점 커져 가는 아주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멀리서 보면 여름날의 구름은 매우 거대하고 견고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름을 통과할 때는 아무것도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습니다. 어떤 생각 한 가지를 주시하고 그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 가졌던 생각은 사라져 버립니다. 바로 이것이 '생각의 본성을 주시하면서 그 비어있음을 알아보고 생각을 해방시키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해방된' 생각은 연쇄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처럼 흔적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승려와 철학자 - 불교는 종교인가 철학인가? (49p)

 

이런 비유를 들며 말해주니 아무리 나라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더라. 참고로 이 말에 아버지 장 프랑수아는 낙관주의적 시각이라 반박하지만 아들 마티유는 아주 오랜 명상을 통한 수련을 거치면 얻을 수 있는 법이라 답했다.

 

이런 부분이 좀 재밌다.

 

한쪽은 누구나 봐도 아! 하며 입증될 증거를 원하는데, 내적 성숙, 명상 체험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어. 그래서 마티유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데, 장 프랑수아는 "그건 단지 비유에 불과하다." 혹은 "지금으로서는 너의 설명이 내 의혹을 해소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더 짙어지게 하고 있다."라고 하니 약간 쳇바퀴가 도는 느낌도 들면서 아들이랑 아버지랑 정중하게 말싸움하는 것 같아 재밌었다.

 

그렇다고 마티유가 추상적인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신경, 생물학 적 예를 들기도 했다. 의식과 육체의 관계. 그러니까 의식의 증명에 관한 논제에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답하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 장 프랑수아 또한 밀리지 않고 아들의 답에 반박하는 것이 대단했다.

 

이게 과학책인지 철학책인지 정치학 책인지, 심리학책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대화가 오갔다. 덕분에 읽느라 힘들었지만 완독 하니 무척 뿌듯하다.

 

마지막으로 책 보며 좋았던 부분을 발췌한다.

 

달라이 라마는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 중에 유용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그것을 잘 활용하도록 하십시오. 그렇지 않은 경우엔 무시해버리시구요."
승려와 철학자 - 불교와 서양 (182p)

 

더 있는데 너무 많아서 이것만!

이 부분을 뽑은 이유는 내가 항상 책을 읽으며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존경받고 똑똑한 사람이 쓴 글이라도 나한테 별로인 것까지 수용할 필요는 없잖아.

 

이 책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지만 아닌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저 말이 무척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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