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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다해/독서감상문

[책] 권력의 가문 메디치1

by 공부하는다해 2022. 12. 28.

책 제목 : 권력의 가문 메디치1

저자 : 마테오 스트루쿨

출판사 : 메디치미디어


책 소개 페이지에 출판사 이름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메디치미디어 출판사에서 메디치 가문에 관련된 책을 출판하다니. 노린 걸까. ㅎㅎ

가끔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 등장인물을 먼저 알려주는 책이 있다. 대체로 익숙하지 않고 긴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 그런 편이었다. 책을 읽다 이게 누구더라?’ 하는 독자를 위해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권력의 가문 메디치 또한 등장인물의 소개가 먼저 나왔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직업이 나열되어있었다. 솔직히 말해 읽기 싫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이해는 갔지만 동명이인에 퍼스트, 미들, 라스트 네임까지... 너무 길잖아!

 

분명 몇 번 와서 확인 할 테니 먼저 등장인물 페이지에 북마크를 하고 독서를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등장인물 소개를 보고 느꼈던 부정적 감정은 챕터 1이 끝날 무렵 완전히 사라졌다.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닌 메디치라는 가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실제 사건과 허구를 엮어 만든 소설이다.

 

참고로 난 메디치 가문과 그 가문에 관련된 요소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아는 정보를 나열하자면-

같은 시대에 살았던 예술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가 있다.

관련된 도시는 베네치아, 피렌체이며 교황청과도 관계가 있다.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돈 많은 부자다.

이 정도의 겉핥기 수준의 지식뿐이다. 그래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진짜 있는 일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갔다. 작가가 배치한 가상의 인물이 정말 역사 속 인물처럼 느껴지고 진짠가? 싶어지더라.

 

책 소개 글 내용 중-

‘저자는 철저한 자료 조사 및 현지 탐방을 통해 찬란한 르네상스 시대의 피비린내 나는 피렌체를 완벽히 복원했다.’

라는 부분이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생각하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완벽 앞에 진짜를 붙여도 부족하지 않은 것 같다.

 

작가가 묘사하는 도시의 풍경, 건물과 복식이 무척 세세해서 좋았다. 21세기에 사는 내가 글을 통해 15세기의 르네상스를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기도 했다.

 

저자는 배경뿐 아니라 등장인물 또한 굉장히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날 질리게 했던 처음의 등장인물 소개를 다시 보면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감정이 퐁퐁 샘솟는다.

 

그중 몇 명을 꼽자면~

 

코시모의 부친은 조반니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그의 손자의 이름도 조반니. 헷갈리게 이름 왜 똑같이 지은 거야. 생각이 들었지만, 아버지가 하는 유언을 들으니 존경해서 지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조반니는 절제를 강조하며 무엇보다 탐욕을 멀리할 것을 유언으로 전했다. 참 좋은 말이긴 한데. 조반니는 등장하자마자 퇴장했기에 뒤로 비중이 아예 없었다. 등장 목록에 왜 할아버지 조반니가 없나 했는데, 뒤로 안 나와 그런 거였다.

 

이대로 잊히나 싶었다. 사실 잊었다. 하하. 그러다 코시모의 어머니인 피카르다가 남긴 유언 덕분에 할아버지 조반니를 따로 기억하게 되었다.

 

조반니는 아들 둘에게만 유언을 남겼지만, 모친은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유언을 남겼다.

 

그 중 피카르다가 손자 조반니에게 한 말이 있는데-

 

“눈물이 흐르게 그냥 두렴, 조반니. 부끄러워하지 마라. 어떤 감정이든 부끄러운 건 없으니까. 그런 감정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어쩌면 침묵보다 훨씬 나을 수 있어.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게 진정 남자답다는 표시라고 생각하지만 난 자기감정을 표현하기를 겁내는 남자는 두려움이 많은 남자라고 생각해.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말을 할 줄 모른다면 그건 인생의 아름다운 부분을 모르는 거니까. 그런 남자는 겁쟁이에 불과하단다, 사랑하는 조반니.”

 

손자가 아니라 남편 조반니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서 슬픈 장면인데도 피식 웃음이 나더라. 작가가 노리고 쓴 게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절제하는 삶을 살았던 남편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인물로는 코시모와 아내 콘테시나와의 사랑, 코시모의 동생 로렌초의 우애도 보기 좋았다. 근데 이 가족은 너무 판타지 같아. 너무 이상적이고 아름다워서 꼭 쇼윈도 가족을 보는 것 같았다. 보기에는 참 좋은데 현실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 찾아보니 실제 역사에서 코시모가 사생아도 만들고 그랬더라. 역시 판타지 가족이었다.

 

사실과 허구를 엮어 만든 이야기이기에 당연히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 등장한다.

라우라와 슈바르츠.

이 둘을 생각하면 코가 찡하고 눈이 뜨겁다. 새벽에 책 읽다가 눈물을 펑펑 쏟아냈었다. 지금도 형광펜 그은 부분을 보면 눈물이 글썽거린다.

더 말하면 책 내용 다 쓸 것 같아서 참아야겠다.

 

이 책은 계속해서 흐름을 보여주었다. 소제목은 1부터 시작하는 수의 나열이고, 중간중간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 연도를 표기했다. 마지막 챕터인 5514539월로 1챕터인 14292월로부터 24년이 흐른 뒤다.

 

주인공인 코시모는 시간이 흘러 노년이 되었다.

 

서두에서 부친 조반니의 죽음으로 코시모가 그 뒤를 물려받으며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한 시대가 끝나고 다음 시대가 시작된 셈이었다. 그 시작의 끝에서 코시모는 앞으로 메디치가를 끌어나갈 손자 로렌초를 뒤를 따른다. 작품의 마무리였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메디치 한 세대의 끝과 시작을 보여주고 마지막에서도 세대의 끝과 시작을 보여주었다. 이런 수미상관 너무 좋다.

 

코시모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는 생각에 뭔가 뿌듯하고 할아범 코시모가 기특하기도 하고. 시원섭섭한 기분도 들었다.

 

그래도 가장 큰 감정은 기대감이다.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게 만들잖아. 게다가 코시모 손자의 이름이 코시모 동생 로렌초와 같다. 코시모의 아들은 아빠와 같은 이름의 조반니고. 뭔가 영원히 계속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하다. 이래서 가족 이름을 돌려쓰는 것일까?

 

어쨌든!!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책이다. 막힘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했고 탄탄했다. 몇몇 노골적이고 잔인한 표현도 있었으나 그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뭐...

 

르네상스하면 미술과 건축물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전쟁과 폭력, 성과 권력을 무기로 잔혹하게 휘두르는 시대이기도 하니까. 굳이? 라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머지 부분이 훌륭해서 괜찮았다.

 

2권 로렌초의 이야기도 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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