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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다해/독서감상문

[책] 칵테일, 러브, 좀비

by 공부하는다해 2022. 12. 26.

책 제목 : 칵테일, 러브, 좀비
저자 : 조예은
출판사 : 안전가옥​

네 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다.


초대


주인공이 극복하던가, 벗어나는 전개를 기대했는데... 이렇게까지 벗어날 줄은 몰랐다. 뭐지 이 찝찝함은. 지금 생각하니 굳이 결말을 이렇게? 라는 의문이 든다. 덕분에 답답함이 해소되긴 했는데... 나는, 나는... 이런 식의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스라이팅과 가족의 정신적 학대는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이 전개는 별로인 것 같다. 앞에서 가시에 대한 빌드업을 그렇게 쌓아올렸는데 끝에 한두 장으로 끝내서 당황했다. 나는 책이 뭔가 잘 못 된줄 알고 몇 번 앞뒤로 이동해서 확인했다구.

요즘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못 견뎌 갈등을 바로 해소 시켜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게 바로 그 트렌드를 따라한 글인가. 그래서 인스타 광고를 그렇게 때린 걸까. 아니면 스릴러 단편이라 그런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전개인줄...

어쨌든 담담하게 쓴 탄산수물 같다. 사이다는 달기라도 하는데 탄산수는 톡 쏘기만 하고 쓰니까.


습지의 사랑


이 작품도 뒷맛이 좀... 단편 집 전체 분위기가 이런 것 같다. 인상 깊은 부분만 감상평을 적어야겠다.
물은 전까지 계속될 삶이 갑갑하여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 죽은 이파리들과 한가로이 흔들리는 죽은 시간을 보냈다.
그 장면에서 난 ‘세 번의 탈출’의 한나 아렌트가 작품의 마지막장에 말한 대사가 생각났다.

"살아 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결국 같은 거야."


바꿔 말하면 생각을 멈춘 것은 죽은 것과 같다는 뜻이다. 다른 창작품(특히 애니메이션)에 종종 등장하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클리셰도 비슷한 맥락이라 여긴다.

물은 이미 죽어 벗어날 수 없는 영원에 갇혀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한때 그를 채웠던 살아있는 것에 대한 증오와 부러움은 희석되어 버렸다.

그러나 물은 숲을 생각하며 죽은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느리게 흘러갔던 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죽었던 감정이 풍부해진다.

“상상하자 계속되는 죽은 삶이 두렵지 않았다.”


물의 독백이 참 애틋했다. 여기까지는 뭔가 분위기 참 좋았었는데...

마지막에 숲과 물은 하나의 습지가 된다. 사랑이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물귀신은 여울인데, 이영이 물귀신이 된 느낌도 들었다. 타인을 물에 끌어들여 죽이는게 물귀신이니까. 그리고 뒤집히고 뒤섞인 세상에서 ‘세상이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이 눈을 감는다.’라는 표현이 꼭 다시 생각을 멈춘 것 같이 보이더라.

한편으로는 둘에게 진정한 죽음이 왔다는 생각도 들고, 습지는 어떻게 보면 생명이 생겨나는 최적의 환경이니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과몰입하여 생각하는 내가 좀 웃기기도 하고 ㅋㅋ


어쨌든! 한 줄로 요약하자면, 숲과 물이 합쳐져서 습지가 되는 이야기다.

나무를 많이 베면 산사태가 난다는 것을 교훈을 얻었다!


칵테일, 러브, 좀비


진짜 우리나라에 좀비가 출현하면 이럴 것 같다...ㅋㅋㅋ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예상 되는 결말이었으나 재밌게 봤다.


총평

감상문이 짧은 이유는...

글을 읽을 때 항상 독서 창 켜두고 메모하고 형광펜 그으면서 보는 편인데, 다 읽고 나서 보니 위에 있는 게 전부 ㅠ 그래도 습지의 사랑까지는 써봤는데 나머지 두 편은 더 못 쓰겠다. 작품에서 나오는 비판적 시선은 알겠는데 깊이 들어가지 않고 끊어져서 그런 것 같다. 뭔가 미완된 글을 읽는 느낌이야...

그렇지만 스릴러 장르에 딱 맞게 진짜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좋았다. 수미상관이라고 해야 하나? 하나하나가 잘 계산 된 치밀함이 느껴졌다. 문장도 가독성이 좋아서 잘 읽혔고! 전체적으로 평이 좋고 인기 있는 이유는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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