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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다해/독서감상문

[책] 가든 파티

by 공부하는다해 2022. 4. 27.

책 제목 : 가든 파티
저자 : 캐서린 맨스필드 / 이덕형 옮김
출판사 : 문예출판사


읽다보니 뭔가 이상해서 보니 단편 모음집이었다. 내가 글을 잘못 읽었나 싶어서 몇 번이나 앞뒤 왔다 갔다 하며 확인했는데 다른 글이었던 셈이지. 난 갑자기 나온 로라가 스탠리 동생인줄 알았다고. 알고 보니 로리 동생이더라.

모임에 선정된 책이 가든파티라서 일단 그거 하나만 읽기로 했다. 단편에 걸맞게 짧은 내용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짧아 좋았는데 감상문을 쓰는 것은 이상하게 힘들었다. 단편 안에 진짜 필요한 내용만 꾹꾹 눌러담아 그런 것인지 읽고나서 생각할 것이 많았다.

인생은 딱히 특별하지 않고 계급과 신분차이는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 등 뭔가 더 있는데 파고들자니 머리도 아프고해서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셰리던 부인은 로라에게 파티에 남은 음식을 가져다주면 좋아할 것이라 했다. 그 행동은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이었는데 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게 셰리던 부인의 최대의 호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살아 온 인생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으나 단편적인 정보를 봐도 유추가 가능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하층 계급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경멸하면서도 나름의 동정심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저 정도면 잘해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 그런지 로라가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무지하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티없이 잘 자란 것 같다.

난 로라가 죽은 이웃에게 가진 동정심이 경험이 없는 이론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중에 로라가 경험했을 때, 그러니까 이론을 벗어난 현실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의 모습이 참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로라는 스코트의 장례식장에 방문하기 전까지 죽음이나 인생에 대한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 로라의 가족 모두가 그랬겠지. 물론 어른들은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겠지만, 조스가 가든파티에 선보인 곡을 생각하면 그리 무거운 생각은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작가는 곡을 선보이는 조스가 벙글거리는 밝은 표정으로 인생은 고달픈 것 희망은-사그라지는 것 꿈은 깨는 것. 이라는 어두운 가사를 절망적인 소리와 함께 노래했다고 묘사한다.

이걸 보며 특권 계층이라고 해야 하나, 계급사회의 위에 있는 사람들이 죽음과 고통을 자신과 떨어뜨리고 산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로라는 죽음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울 앞에 비친 예쁜 모자를 쓴 나라는 현실에 잊을 정도로 흐릿했다.

근데 이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친족도 아니고 교류하는 이웃도 아닌 물리적 거리가 조금 가까운 생판 남의 죽음이니까.

로라는 현실을 잊게 했던 예쁜 벨벳 모자를 쓰고 장례식장에 가게 된다. 여기서 묘사하는 스코트의 집에 가는 길의 풍경이 무척 음울하다. 로라의 목적지가 하데스가 거주하는 명계를 모티브로 삼은 것을 생각해보면 작가가 참 치밀한 것 같다.

도착한 장례식장은 로라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현실 도피 하듯 모자에 집착하는 모습이 계속 나온다. 로라의 모자는 자신이 속한 계급을 상징하는 물건 같았다.

셰리던 부인은 로라에게 모자를 쓰고 갈 것을 권했고, 로라는 편하게 잠든 스코트에게 모자를 쓰고 와 미안하다 말한다. 이 장면에서 로라가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성장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던지는 작은 희망인가.

마지막에 장례식장을 나오며 로라와 로리 남매가 인생에 대해 나눈 부분은 여운을 준다. 그런데 출판사 번역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문예출판사]
로라 : 인생이란-저, 인생이란 것은-.
로리 : 그렇고 그런 것 아니냐?

[펭귄클래식]
로라 : 인생이, 인생은....
로리 : 정말 그렇지?

[강]
로라 : 사는 게...
로리 : 참 그렇지, 로라?

[창비]
로라 : 인생이란...인생이란...
로리 : 그래, 인생이란 그런 거 아니겠니?

나는 문예를 읽었고, 나머지 출판사는 인터넷 검색했다. 워낙 유명한 부분이라 그런지 인용글 적어 둔 사람이 많았다. 다른 번역을 보면 글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새삼 번역의 중요성을 느꼈다.

난 오빠인 로리의 말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 그런데 로리가 직장을 다니고 있기는 해도 그렇게 나이가 많지가 않을 텐데 저런 말을 했다고? 라는 생각에 좀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다른 번역을 찾아보고 원문 영어를 보니 또 다른 뜻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원문]
로라 : “Isn't life-”
로리 : “Isn't it, darling?”

영알못이지만 로리가 인생무상에 대해 말한 것은 아닌 것은 알겠다. ㅎㅎ

이 부분을 성차 언어에 대한 정신분석학에 대한 책의 좋은 사례라고 말한 글을 보았는데 좀 놀랐다. 이래서 많이 읽고 배워야 하나보다. 이 짧은 글에서 진짜 많은 것을 얻고 사유 할 수 있잖아.

궁금해서 그 책을 찾아봤는데...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 대리언 리더 저/김종엽 역 | 문학동네 | 2010년 03월 26일 |
책이 너무 오래전에 나와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보면 화날 것 같기 때문이지! 그래서 호기심을 접었다.

참, 마지막 오빠 로리가 장례식장까지 같이 왔는데 밖에서 기다린 거 너무 한 것 같다. 동생 무지 아끼는 것 같던데 왜 혼자 보냈지? 아직까지 의문이다. 그리고 로라 엄마가 로라 장례식 보내기 전에 뒤 따라 나와서 "저-무슨 일이 있어도-"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뭔지도 궁금했다.

여담이지만 너라면 파티를 열거냐? 라는 주제로 신랑과 이야기를 나눠 보았는데 한 시간은 걸린 것 같다. 개인, 집단, 사회, 관계주의 다 튀어나왔는데 주로 내가 듣는 쪽이었다. 하하. 이웃집과 친하면 양해를 구하는 쪽으로 해서 파티를 여는 쪽으로 결론 지었다.

짧은 글인 만큼 진짜 단어 하나하나 다 계산해서 아주 치밀하게 쓴 것 같다. 한 시간 안으로 볼 수 있는 단편인데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니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놀랍고 대단하고 부럽다. 같이 수록된 나머지 단편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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