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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다해/독서감상문

[책] 우에하시 나오코《수호자》시리즈 (完)

by 공부하는다해 2022. 4. 14.

우에하시 나오코《수호자》시리즈 중 하늘과 땅의 수호자 제1, 2, 3부의 독서 감상문.


 

책 제목 : 하늘과 땅의 수호자 제1부
저자 : 우에하시 나오코
출판사 : 스토리존


시리즈 완독하고 한 달 후에 쓰는 독후감이다. 끝까지 다 읽으니 뭔가 허해서.. ㅜ_ㅜ 이제야 독후감 쓸 기분이 들었다.

 

가족 대신 징병된 탄다는 시점에선 전쟁이 단위나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민병, 개인, 우리, 내 가족의 일임을 알려준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인물의 시점으로 보니 더 와닿더라.

 

작품에서 전쟁을 일으킨 이들의 시점을 보여주는데 각 나라의 병력의 수를 말해준다. 수만, 몇천, 몇백. 숫자는 대략적이고 거대했다.

 

하지만 탄다가 말하는 수는 구체적이고 작았다. 그는 스물다섯 명의 장례를 치른다. 하나하나 이름을 적어 하늘에 기원하며 넋을 기렸다. 난 이 스물다섯의 수가 앞서 말한 수만, 수천의 수보다 크게 느껴졌다. 담담히 장례 의식을 치르는 탄다의 모습에 전쟁의 참혹함이 더 비극적으로 다가왔다.

 

바르사는 탄다가 징병된 사실을 모른 채 종장까지 챠그무의 흔적을 좇는다. 빨리 탄다를 구하러 갔으면 하는데, 한편으로는 챠그무를 만나 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

권 내내 챠그무의 시점은 나오지 않았다. 독자도 바르사처럼 챠그무의 흔적으로 지나간 길을 더듬어 볼 뿐이다. 덕분에 바르사의 심정에 더 이입되었다. 종장에 이르러 극적인 재회를 했을 때, 도움을 청하는 챠그무의 말에 기꺼이 응하는 바르사를 보며 코가 찡했다.

 

언제나 느끼지만 권의 마무리가 무척 깔끔하다. 서두에서 바르사는 전쟁으로 폐쇄된 국경을 건너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의뢰인 가족을 인솔해 고향으로 데려가는 일이었다. 그리고 종장에서 바르사는 자신의 고향으로 데려가는 의뢰를 챠그무에게 받게 된다.

 

진짜 완벽하지 않아? 곱씹으니 또 감탄이 나온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정해진 한 권 안에서의 맺음이 진짜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시리즈의 끝이 기대되고, 너무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두 권 남았을 때니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독후감을 쓰는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책 제목 : 하늘과 땅의 수호자 제2부
저자 : 우에하시 나오코
출판사 : 스토리존

 

랏샤로는 바다에 적을 두고 배에서 일생을 보내는 민족이다. 전편에서 챠그무는 그들과 함께 지낸 적이 있다. 나라의 중심에 위치했던 황태자 챠그무가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바다의 민족과 시간을 보낸 것이다. 아랫도리만 가린 남루한 옷차림으로 바다를 떠돌았겠지만, 난 그 시간이 챠그무가 가장 자유로웠던 때가 아닐까 싶다.

 

난 챠그무가 헐벗고 다닌다는 것을 접했을 때 이 녀석이 진짜 다 내려놓았구나. 하며 그의 정신적 성장에 감탄했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전개가 흐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생각했다. 한데 챠그무의 성장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더라.

 

챠그무는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왕에게 대들어 요고를 떠나게 되었다.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험난한 길을 걸어오다 챠그무는 다시 분노의 앞에 마주 서게 된다.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나 챠그무는 다른 행동을 취했다. 난 챠그무에게 버릴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있더라. 나도 몰랐고 챠그무도 몰랐다. 모든 것을 지켜보던 바르사가 "멋진 호이였어."라고 말했을 때,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챠그무의 성장만 나온 것은 아니다. 슈가와 진, 시하나와 바르사의 인물들의 이야기도 나왔다. 그리고 작품 내내 강조되었던 겹쳐진 세계 '나유그'의 이변이 확실시되었다. 이변은 정령의 결혼, 계절의 흐름이었다. 이 순리는 현실에 사는 이들에게 재해라는 형태로 다가서고 있었다.

 

난 이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작품 내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가치와 긍지를 지키기 위해 대립한다. 인물의 생사를 가르고 분쟁을 일으킨다. 한데 나유그의 변화가 모든 것들을 사소하게 만들어 버린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라는 표현이 생각났다.

 

이제 아홉 권에 걸쳐 존재를 드러내던 재해가 뚜렷하게 제 모습을 밝힐 것이다. 선명해질 인재(人災)와 천재(天災)를 앞에 둔 챠그무가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긍지를 품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챠그무를 알기에 불안하지는 않았다. 챠그무가 성장한 만큼 독자인 나도 컸나 보다.

 

독후감을 쓰며 마지막 권을 다시 앞에 두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래도 다시 보니 좋다.


책 제목 : 하늘과 땅의 수호자 제3부
저자 : 우에하시 나오코
출판사 : 스토리존

 

3부인 하늘과 땅의 수호자는 아홉 권에 걸쳐 탄탄하고 꼼꼼하게 쌓아 올린 서사의 마지막이다.

정령의 혼례라는 나유그의 이변이 멈춘 것도 신요고를 위협하는 전쟁이 짠~! 하며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황제는 결국 나유그의 흐름에 휩쓸렸고, 주술사와 성도사는 나라와 백성을 위해 각자 자리에서 목숨을 걸었다. 왕위를 차지하고픈 타르슈 왕국의 라울 왕자는 목적을 위해 후유고와 다시 손을 잡았다. 전쟁의 후유증을 가지게 된 탄다와 그를 돌보는 바르사. 챠그무는 재해와 전쟁에 할퀴어진 땅에서 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모든 갈등이 남긴 흔적들이 옅어질 무렵 바르사는 보금자리인 청무 산맥에 돌아간다.

 

흔히 말하는 사이다 전개는 없었다. 늘 그랬듯이 차분하고 세심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난 작품 전체에 깔린 이 담담함이 너무 좋았다.

 

작가는 권마다 등장하는 갈등의 원인과 빌런 역할을 맡은 인물의 서사를 풀어냈다.

 

역시 작중 최대 빌런은 황제였구나 싶더라. 물론 전쟁을 일으킨 타르슈 쪽을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챠그무에 과몰입하는 나로서는 챠그무의 목숨을 위협하는 황제가 극악무도한 빌런처럼 느껴졌다. 1권부터 10권까지 꾸준히 그래 왔으니 챠그무를 아끼는 독자라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난 전형적인 빌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날 때부터 나쁜 놈이 어디 있겠어. 환경이 사람의 인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데. 그렇지만 '이 녀석도 사실은 불쌍한 녀석이었어.'라는 클리셰를 무조건 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납득 갈 만한 서사가 있어야 공감을 하지. 물론 이건 주인공 인물에게도 해당된다.

 

이런 점에 있어서 수호자 시리즈는 나에게 있어 극호에 속한다. 매 권마다 갈등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의 서사에 고개를 끄덕이니까. 사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물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이해가 간다. 덕분에 입체적인 인물을 쉽게 상상할 수 있고 그만큼 몰입도 잘 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마지막에 풀어낸 황제의 서사에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황제도 이해가 가는 것이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는데. 챠그무의 최대 갈등 원인이라 참 밉고 답답했는데... 이 녀석도 사실은 불쌍한 녀석이었어.

황제와 더불어 최대 빌런 역할을 맡은 것은 사람이 아닌 세계다. '나유그'는 평범한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평범한 세계인 '사그'와 겹쳐진 곳이다. 정령이 사는 나유그는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그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쳐왔다.

 

정령의 알을 품게 된 챠그무, 산왕의 궁전과 추선공양, 꿈을 먹고 살아가는 꽃과 꽃지기, 나유그르 라이타의 눈과 물의 백성 요나로가이, 사다 타르하마야가 깃든 아스라와 오빠 치키사. 최악의 천재지변의 원인이 된 정령의 혼인. 시간과 지형이 완전히 다른 겹쳐진 세계.

 

나유그는 단지 겹쳐진 세계이며 그곳에 살아가는 정령들은 악의가 없다. 그러나 정령의 행동 양식은 인간을 매혹하고 목숨을 앗아가는 등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 난 이 모든 것을 무척 인상 깊게 느꼈고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 행복이 다른 이의 불행이 될 수도 있다. 눈앞에 닥친 것만 보고 살면 당장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어떤 위협이 되어 나타날지 모르게 된다던가. 동전의 양면성도 떠올랐다. 서로 반대되지만 본질은 같다. 행복과 불행이 가져오는 결과는 다르지만, 그것을 모두 겪는 것은 나다. 생뚱맞지만 지구 온난화까지 걱정되더라. 나유그의 계절 변화로 산의 눈이 녹아내리는 것이 북극의 빙하를 연상시킨 탓이다.

 

난 나유그라는 거대한 세계에 휩쓸리지 않고자 동분서주하는 이들이 너무 좋았다.

수호자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닥친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휘청거릴지언정 일어나 걸어간다. 이게 남녀노소, 경제력, 지위, 선악에 구분 없이 그래. 편견 없이 참 평등하게 열심히 산다. 빌런 역을 맡은 이들도 그런 게 문제지만... 뭐 그래야 재밌으니까 이해한다.

 

어쨌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마다 독후감을 쓰게 된 것도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독후감을 쓰며 다시 읽었는데, 역시 명작이다. 챠그무, 바르사, 탄다가 보고 싶을 때, 아름다운 사그와 나유그가 그리워질 때 다시 읽어야지. 사랑했다!!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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